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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0/니케포로스

N-3

by 곽제가 2021. 7. 26.

니케포로스&마카이라

 


“당신 말대로 우리는 무척이나 달라요.”

 

여기까지는 분명히 납득했다. 아니지, 여태까지 니케포로스가 계속 한 말이잖아!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다. 마카이라는 그들 사이의 공통점으로 “첫째, 우리가 다름을 안다.”를 꼽았다. 하나 더 있었는데 “둘째, 그것을 안다.”였다. 불경하다고 손가락질하면 할 말이 없긴 한데 니케포로스는 이럴 때 꼭 아폴론을 찾았다. 

 

제 어머니의 아버지시여, 빛을 나누어 주실 때 기왕이면 지혜도 조금 나누어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당신이 지닌 지혜에서요, 제가 뭐 많은 거 바라지 않아요, 밀알 한 알 만큼만 떼어주셨더라면 이토록 곤란한 일은 안 겪지 않았겠습니까? 그래도 제가 가끔 제사도 지내지 않았습니까? 지금이라도 주시면 받을 테니 나누어 주시려면 지금 당장 말씀하세요. 

 

아니, 아무 동네 지방관을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면 “천 명의 사람이 있으면 천 가지의  사연이 있다.” 이런다. 저잣거리 로맨스에 빠진 처녀총각을 붙잡고 물어보면? “천 명의 사람이 있으면 천 가지의-당연히 그 이하일 수도 있고- 이별이 있는 법이다.” 이쯤 되면 이치다. 또 아고라에서 머리 쥐어뜯고 싸우던 철학가를 붙잡고 물어보면 “천 명의 사람이 있으면 천 가지의 가르침이 있다.” 하는데 마카이라의 말을 들어보면 세상천지 다른 것은 하나도 없고 백인백색이 천편일률로 빛을 바랬다. 그는 분명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따로 없다. 입만 열면 알아듣기 힘들고 듣고 있자면 졸고 싶은 것을 보니 분명 까마득한 개수의 낮밤이 남기고 간 지성이겠지. 그 기나긴 날에 비하면 삽시간에 백골까지 진토될 니케포로스의 짧은 수명이 어느 세월에 따라잡겠는가? 에이 씨, 근데 물어보면 대답도 안 하고 소녀처럼 호호대며 도망간다. (사실 니케포로스는 그걸 소녀 같다고 표현하지는 않았다. 보통 소녀들은 그런 상황에서 겔겔겔 웃으며 비웃기 십상이다. 그러나 마카이라는 정말 오래 살았으니 이십만 반쯤 전에는 이랬나 싶었다.) 불만 거리가 여기서 끝나나? 그렇지도 않다. 대답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니케포로스는 알지 못했지만은 마카이라는 계속 똑같은 말만 계속하고 있었는데 요상한 일이지? 들으려면 밍숭하고 생각하자니 맹숭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말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니케포로스를 알고 있는 사람이 다 그렇듯 그는 장난 아니게 단순했다. 못 알아들으면 뭐 어때, 답답하면 알아서 가르쳐 주겠지. 어깨 붙잡고 흔들면서 ‘이 바보야,’ 로 운을 떼면서. 마카이라가 지쳐서 나가떨어질까 아니면 그 전에 니케포로스가 언젠가 마카이라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하게 될까? 지켜보는 이 하나 없지만 첨예하고 지난한 싸움이 될 테지. 둘 다 싸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뭐! 니케포로스의 수준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 것만 대충 걸러보면 다음과 같다. “친우로 삼기에 손색이 없다.” “당신이 싫으면 친구 아닌 것으로.” 이것도 어떻게 보면 재능이 아닐까? 귀신같이 중요한 부분만 쏙쏙 빼고 나머지는 흘려듣다니… 실제로 알아듣지 못한 나머지 부분이 포세이돈이 깔아놓은 안개처럼 하얗게 포슬포슬 휘발되기 시작한다. 말 뒷걸음질로 쥐 잡은 노릇이긴 하나 이제쯤 그는 ‘샨티아가 말하길 친구가 되려면 세 가지 공통점으로 어쩌구… … 뭐더라, 하여튼 공통점 따위가 없어도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면 나에겐 나쁠 게 하나도 없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별말도 아닌데 마카이라가 폐 터뜨릴 것처럼 웃는 게 이상해서 여전히 제법 알쏭달쏭한 얼굴이긴 하나 니케포로스는 그 말에 곧장 손을 내밀었다. 말이 길면 무식이 밟히니 대꾸가 짧다.

 

“그래.”

 

우리 친구를 하자고. 찌르기는 싫고 술래잡기는 모르겠는데 한번은 친구를 해서 어어…, 그럼 친구끼리 뭘 하지? 나중에 정하면 되지 않을까? 에이, 몰라. 나 많이 찔렀으니까 한번은 바다에 빠뜨려 버려야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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