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0/헨리에타1 Z on the bright wall 나갔다. 아, 나갔다. 아이들을 보낸 이후 두 걸음 만에 집으로 돌아와 다양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실컷 후회하던 헨리에타는 아이들이 나간 그 순간 뜻밖의 사실을 발견하고 그답지 않게 작은 탄성을 질렀다. 아직 ‘고정된 그 순간’이 찾아오지 않았는데도 하얀 머리카락에 탄력과 힘이 차오르며 붉게 쏟아지고 옷 품을 헐렁하게 채운 마른 몸이 옹골차게 영근다. 몸이 거대한 변화에 놀라 자신도 모르게 엉거주춤 겨우 서 있다가 애써 걸음을 옮겨 거실의 소파 의자에 앉았다. “모두 나갔구나.” 같은 말을 두 번 더 소리내어 말했다. “모두 나갔구나.” “모두 나갔어.”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들뜬 목소리가 거칠 것 없이 공기 중을 빠르게 퍼져나갔다. 헨리에타의 기억은 마담 졸탄이 살아온 40년 남짓한 인간으로서.. 2021. 7.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