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0/다리우스8 회색 감시자의 불가에서 다리우스와 레일라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 (DAO) AU “오자마는 어떤 곳인가요?” 다리우스는 입이 닿는 부분에 도자기를 댄 새 파이프를 왼쪽 무릎 위에 올려놓고 한껏 딴청을 피웠다. 오로지 말을 고르기 위해. 숯불처럼 조용하고 어딘가 안쪽이 들끓는 침묵이 지나간다. 가만히 있기가 싫었던 레일라가 불에 장작을 더 넣으려고 자세를 고치려 하자 “그러지 마십시오.” 소리가 돌아왔고 어쩐지 눈치를 보게 되어 아까처럼 주저앉았다. 어둠 속에서 불티와 연기가 서로 섞이며 공중으로 흩어진다. 분명 이 혈마법사를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레일라의 눈에는 그가 부모님이 예전부터 혈마법사에 대해 근심하던 것과 같이 잔인하고 맹렬하리만치 비이성적인 인물로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허영스러울지언정 교양이-예의범절과 남들.. 2021. 8. 30. 오페라의 음치 다리우스와 레일라 그는 솔직히 말해서 자신의 은근한 쇼맨십, 리더십, 마지막으로 어이없게 들리겠지만 시티즌십에 은근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니까 차례대로 라는 수식이 붙는 세 가지 요상한 성질 말이다. 그가 누구냐면 다리우스다. 어떤 사람들에겐 좀 생김이 오래되고 낯선 이름이겠지만 어쨌든 그는 누군가로부터 왕의 이름을 받은 다리우스고 관객으로부터는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호를 받은 귀신이자 음악의 천사다. 비록 음악적 재능은 미흡하지만. 미안하다. 그는 음치다. 오페라의 유령은 반은 태어날 때부터 짐승의 힘줄이 엉겨 붙은 모양으로 얽고 나머지 반은 상서로운 자색으로 빛나는 눈이 썩 보기 괜찮은 얼굴과 귀 두 짝만 있다면야 누구든지 마음을 끄는 목소리로 어린 시절부터… 실은 이렇게 서술해 놓으면 칭송받아 마땅.. 2021. 7. 25. D-6 다리우스와 아말라 아말라 쿠마르-자만, 나는 당신이 보았지만 늙은 학자들이 보지 못한 것을 알 것 같습니다. 당신은 바다 너머 진흙으로 빚은 여자가 신들이 준 상자에 담긴 악몽과 재해와 환난을 모두 열어서 떠나보내고 남은 마지막 희망입니다. 그것은 막연한 문장이기 때문에 믿을 수 있습니다. 없더라도 믿고 싶고, 있더라면 갖고 싶을 단 하나입니다. “아말라 님, 당신은…” 목이 메말라서 침을 한번 삼켰다. 어깨가 쑤시고 발가락이 답답함을 호소했다. 미필적 고의가 다분한 수 초의 시간이 흘렀다. 그 자신보다 그의 몸뚱이가 먼저 저며드는 감정에 반응했다. 도망가고 싶고 동시에 이 자리에 박제가 되고 싶었다. 진정으로 해야 할 말을 하기 전 입부터 열었더니 목구멍이 턱 막혔다. 그것이 바로 침을 삼킨 이유였다... 2021. 7. 25. D-5 유리병 속 벼룩의 이야기 옛날에 어떤 벼룩이 살았다. 사람들은 그 벼룩을 사랑해서 아기 때부터 보화와 비단으로 만든 침구와 백화난만과 만권시석으로 꾸민 유리병 안에 그 벼룩의 자리를 마련하고 그 안에 넣어 키웠다. 벼룩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좋고 온통 반짝이는 장식이 좋고 부드러운 이불이 좋고 지지 않는 꽃과 마르지 않는 책이 좋았는데 딱 하나 옥의 티가 있었다. 마냥 통통 뛰면 상관이 없는데 무릎에 힘을 주고 뛰면 자꾸 머리가 뚜껑에 부딪혀 아팠던 것이다. “저도 실컷 뛰고 싶어요.” “어머! 울지 마련. 자, 보아라. 여기 넓은 유리병에 옮겨 주마.” 병목을 이어붙이자 오솔길이 나타났다. 벼룩이 그 사이로 지나갔고 이따금 벼룩이 떼를 쓰면 또 다른 병목을 타곤 오솔길을 지나 넓은 유리병 안에서 뒹굴고 .. 2021. 7. 25.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