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 (GM):안녕하세요~ 금일 진행 분량은 일전에 드린 음악으로 진행합니다!
M2 (GM):12시에 종료! 합니다 : D 오늘은 귀엽게 ~
니케포로스는 몇살로 가기로 하였지요
왜냐면 아이스킬로스가(후략)
이게 스크립트가 꽤 루즈해서
대화한다 느낌으로 진행하면됩니다
그럼 준비되셨으면 시작하겠습니다
환영:당신은
그것의 연기를 들이마시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잠을 따라 당신은 어딘가로 흘러들어간다.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은 無로 돌아간다. 그러니 경배하라, 강대한 에레쉬키갈라!
환영:눈을 뜨면 어둠 뿐이다. 이런 어둠을 본 것은 아주 오랜만일것이다.
일체의 빛이 없는 무의 공간.
그 속을 보고있노라면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린다.
여러 아이들이 서로 물을 튀기며 웃음을 터뜨리는듯한-
어디에서 온 지 알아챌 틈도 없이, 어떤 빛으로 보이고 있는지도 알 수 없이 - 어느 순간 땋아올린 머리카락에 물방울이 묻은 여자 아이가 보인다.
하얀 펠플로스와 금빛 머리칼에서 물방울을 흘리는 아이는 달빛을 잘라 덮은것 처럼 은은히 빛난다.
아이:아이는 당신에게 보이지 않는 동료들에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다 당신과 눈이 마주치고서야 팔을 내리고 눈을 내려깐다.
환영:걸음을 옮길적마다 얼굴이 가까워진다. 볼살로 둥근 뺨, 손가락 사이로 굴리면 흐뭇하게 쥐어지는 팔찌에 들어가는 구슬처럼 녹빛 눈. 처음 보는 아이다. 두 쌍의 팔찌에 들어간 꽃장식은 척보기에도 상품의 산호와 진주다. 이렇게 작은 팔을 위해 수일을 들이는 공임을 감수할 계급이라면 귀한 신분이겠지.
니케포로스:(나는 이 아이를 처음 보는가? 소리 내지 아니해본 적 없는 여섯 개의 발굽이 땅을 번갈아 디디는 광경은 분명 장관이다. 왕처럼 입은 여섯 발의 켄타우로스가 아이의 앞까지 가서 성처럼 높이 솟은 머리를 내린다. 아래로, 또 아래로. 여섯 개의 무릎을 꿇고, 손은 거의 바닥을 짚으려는 듯하며. 니케포로스는 웃었지만 친애하는 미소와 잔인한 조롱같은 미소를 구분해서 짓지 않는다. 그래서 이 애는 조금 겁을 먹을지도 모른다.) 안녕.
아이:(또래에 비하면 머리 반 정도는 큰 몸이지만 열 살 남짓한 아이의 몸에 비해 켄타우로스의 체구는 여섯 무릎을 모두 꿇어도 까마득하다. 아이는 굴러나올듯 둥근 눈을 크게 뜨고 마주한다. 두려움보다는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은 것을 꾹 참는 그런 호기심이 베어나온다.)
(곧 사람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면 안된다는 가르침을 뒤늦게 떠올리기라도 한 듯 눈을 내린다. 미리 준비한 듯 양식적인 말이 나온다.) 헤르메스께서 여행자의 발걸음의 무게를 덜어주시기를. 저는 크레타 왕의 셋째 자손 칼리크라테스입니다.
지하의 서쪽 땅을 다스리는 어머니께서 당신에게 시험을 요구할 것을 명하셨답니다.
니케포로스:내 이름을 아는가, 칼리크라테스? (머리를 앞으로 조금 기운다.)
아이:어머니께서는 시험을 받아야 할 이가 이리 지나리라는 것만을 일러주셨어요.
니케포로스:그렇다면 난 너에게 내 이름을 알려주지 않을래. 왜냐하면 난 그래도 되니까. (아이의 콧잔등을 꼬집어버리고 일어난다. 아이를 안아들거나 해서 눈높이를 맞추어 주지 않았으며, 다만 별것 없는 주변을 둘러본다.) 나의 시험이 무엇인데?
아이:(깜짝 놀라 코를 재빨리 두 손으로 가린다. 당황으로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제 얼굴에 대뜸 손을 대는 자는 처음 보았으니.) 어머니의 소유가 된 것들 중 하나를 찾아가고 싶어하시지요?
그리하려면 (흠흠, 목소리를 고르고 두 손을 바로한다.) 저승의 일곱 관문을 지나야합니다.
문을 지날때마다 제물을 하나 두고, 시험을 하나 거쳐야하고요. 저는 당신의 옷가지 하나를 받고, 시험을 하나 낼거예요.
(진주목걸이를 보고있다가 눈이 마주칠라 하면 다시 다른 곳에 두었다.)
니케포로스:(듣다가 화관을 먼저 빼서 아이의 머리에 얹어 본다. 훌렁 하고 목걸이가 되었으므로 도로 뺏어서 자기 머리에 얹었다.) 네가 내 것 중에 하나라도 걸칠 수 있을까? (반지를 빼어 공주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대고는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보고, 팔찌를 가져다가 또 끼워본다. 아이의 머리카락이 짧아 묶기가 벅찼으며 또 묶는 법도 잘 몰랐다. 어깨에 대어본 히마티온이 바닥에 질질 끌리자 어깨를 으쓱한다.) 맞는 게 하나도 없어서 못 주겠어.
아이:(화관이 어깨에 걸쳐지자 순순히 벗어 건네준다. 반지를 끼우는 양에는 인상을 쓰지만 무어라 하지는 않았다. 이미 여인 다섯이 달라붙어 틀어올린 머리카락에 머리끈이 필요할 리는 없다. 그러니 괜히 흘러내린 머리카락 훅 불어 뒤로 보내고는) 그리하다면 목걸이를 주어요. 흘러내려도 어깨 넘어로 흘러내리지는 않을테니.
(잡혔던 손을 새침하게 허리 뒤로 하고 턱을 조금 든다..) 저는 혼인을 언약한 이가 있는 몸이니 손에 더하는 장신구는 받지 않겠어요. (그런 예법이 존재하지는 않을 터이나 괜히 규칙을 더해 자존심을 세워보는 것이었다.)
니케포로스:(그러자 선선히 목걸이를 벗어 아이의 좁은 가슴팍과 등을 완전히 채우도록 너른 진주 목걸이를 얹어주었다.) 만 개의 진주와 천 일의 기억으로 하나의 보물을 엮어내었으니 어떤 지상의 왕과 지하의 여왕도 나에게서 이것을 받아가지 못했다. 그러니 네가 가져라. 네 삶에서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을 것을 하나 가져라. 이것이면 시험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겠지?
아이:(타고나기를 욕심 없는 기질에, 제 손에 순순히 주어지지 않은 것이 없는 귀하게 자란 아이는 제 몸에 걸쳐진 것의 진정한 값어치를 알 지는 못할 것이다. 몸에 드리워진 눈물방울같은 알들을 손바닥에 담아보는 아이의 얼굴에는 다만 아름다운 것을 알아보는 순전한 기쁨이 있다.)
이 문에서의 시험은 간단하답니다. (허리끈을 조금 넘어서까지 알알이 늘어지는 목걸이를 손목에서 한 번 감아쥔다.) 저에게 지금 가장 하고 싶은 말을 해 주세요. 책을 읽어줘도 좋고, 노래를 불러줘도 좋고, 아무거나요.
니케포로스:(엄지를 들어 이마와 코에 지문을 남기려는 것처럼 약간 세게 눌러 찍는다. 기억을 남기려는 것처럼.) 싸워. 누가 네 것을 빼앗아간다면. (얼굴이 말똥말똥하다. 설명? 당부? 부탁? 그것 말고 다른 할 말은 없었다. 니케포로스는 그 말을 남기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이:(다시 얼굴을 감싸쥐고 눈썹을 구긴다. 조막만한 얼굴 이지만 조막만한 손으로 다 가릴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 혼란과 뿌루퉁함으로 부릅뜬 녹색 눈이 손가락틈으로 보인다.)
아이:(머리를 흔들고는 어느 틈에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난 문을 열어준다. 아이에게는 까치발을 들고 겨우 밀어내는 큰 문이지만, 니케포로스는 허리를 숙이고 지나가야 겨우 넘어갈 듯 하다.)
환영:이곳은 버려진 마을이다. 무너진 대리석 기둥들과 얼굴이 깎여나간 이름모를 석상들. 어떤 강대한 제국도 시간 앞에 무너지기 마련이다. 시간은 죽음처럼 강대하고, 발에 채이는 것은 모래다.
니케포로스:너무 작아. (아이의 머리를 재빠르게 헤집어버리고 뒤에서 볼멘소리를 할까봐 뛰어들어간다. 그는 꽤 민첩하다. 허리를 숙였더라도.)
환영:어느 정도 아무 방향으로나 발걸음을 옳기다보면, 앞에 덩그러니 부서진 벽이 서 있다. 벽에는 장식 없는 소박한 대리석 문이 하나 달려 있다.
문에는 정교한 서체로 다음의 글귀가 새겨져있다.
에레쉬키갈의 희생제에는 반드시 제물이 필요하다
그녀가 가져간 것에 대한 무게를 지불해야 한다.
그것이 지하세계에서의 법이다
피 흘린 자는 돌려받을 것이고, 눈물 흘린 자는 거둘 것이다
환영:문 옆의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던 소녀가 인기척에 고개를 든다.
여자:(십대의 중간에 있는 앳된 얼굴이다. 일전의 아이에 비하면 좀 더 거만함이 얼굴에 묻어있지만 딱딱하다는 인상은 아니다.)
일곱 베일의 100시간짜리 춤
근데 왜 14시간이죠... 하나 건너는 데 한시간이니까
모리 (GM):이번주에 끝을 못보면 6월에 이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넉넉히 합시다 호우..
기적의계산법..
오늘은 여기서 끊고 내일도 밤 10시에 재개할까요?
전 ㄱㅊ아요
모리 (GM):8시부터 가능합니다~ 그런데 제가 멀리 갔다와서 좀 미뤄질 수도 있습니다!
모리 (GM):과연 문 4개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인가 (타임어택 시날은 아니니 걱정마쉐요 천천히 합시다)
모리 (GM):네 내일 뵈어요~~ : ) 화이팅
흑
우리애
인장오백번쓰다듬음..
가기싫다..갑니닷
니케포로스:(문을 통과할 만큼 말고 보석과 옷과 황금과 은과 꽃을 일곱 가지 더 가져와서 잘난체 할 만큼 바쳤다면 그만큼의 보물을 돌려받게 되는가? 니케포로스는 만 개의 진주와 천 일의 시간이 베일처럼 몸을 감싸던 그 자리를 더듬어본다.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것들만 가져왔는데, 그렇다면 일곱 관문의 어머니는 그의 소유 중 단연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것을 내놓아야 할 테야. 아이의 코앞까지 가서 천천히 자리에 앉는다. 이제는 그 화관을 씌워줘도 덜렁 목청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만큼 자랐구나.) 몇 살이야? 난 스물 하고도 세 살.
여자:나는 나이가 없어. (몸을 일으키고 겹쳐져있던 옷자락을 손바닥으로 탁탁 털어낸다.) 하지만 당신이 원할 답을 하자면 지금은 열 다섯이야. 크레타의 왕은 여신의 분노를 샀고, 헤르메스는 침묵하며 내가 섬기던 헤카테의 불은 내 미래에 대해 확언 하나 주지 않아. (어린 아이의 웃음은 사라지고 이미 잿더미를 보는 눈이다. 그러나 당신이 익숙해질 어떤 체념과는 거리가 있다. 아직 흔들려보지 않았고, 미래는 아직 돋아날 새로운 가닥의 풀이다.)
크레타의 왕손에게는 예를 갖춰 인사를 하도록 해. (머리를 뒤로 넘기며 팔에 걸린 팔찌들이 가볍게 부딪히는 소리.)
니케포로스:나이가 없다고? 신에게도 나이가 있거늘, 그러나 너를 알고 나서도 네게 나이가 없다고 해도 이상해할 건 없겠지. (그가 일어나지만 니케포로스는 고개만 살짝 꺾을 뿐 일어나지 않는다. 의자를 쓰지 않을 요량이라면 그거나 뺏어서 자기가 쓸 생각이다.) 나에게 예의를 갖추라는 용감한 인물은 또 오랜만이군. (조금 웃었고, 기분 나쁜 기색은 아니다. 니케포로스는 하라는 것은 안 하고 공주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어쩌면 시험을 유예하기 위해. 이 시간 속에 두 사람의 잔상을 잠시라도 박제해 놓으려고. 나이가 없는 자에게 시간이 있을는지는 모르겠으나.) 너에게도 왕국이 있어?
여자:(무엄함을 지적하는 대신 스스로의 팔을 가볍게 안는다. 안으로 향하는 팔, 마주보는 중에도 스스로에게로 침잠하는 시선. 그는 좋은 실로 잣고 크림색 돌을 깎아 왕성 정원 한켠에 세워둔 건축물과 같다. 시선을 달리 옮기지도 않는다.) 여인들에게는 자신의 왕국이 있어야 해. 남자들이 함부로 들어오지 않는 영토가. 혼인을 하고 남편의 이름을 받아도 한 줌의 영토가 있는 한 여인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니까.
니케포로스:나에게는 대신 배가 한 척 있어. 남편의 이름을 받든 말든 영원히 떠돌 수 있지. (손을 끌어온다. 자칫하면 무게중심을 놓칠 정도로 길게. 그러나 그러기 전에 발을 새로 디딜 정도로 느리게.) 그 왕국에서는 공주에게 무슨 예를 올리는데?
여자:(가까운 기둥의 파편을 짚으며 걷는다. 내어준 손에 무게를 싣는 것을 부러 피하듯. 가까워진 거리만큼 목소리가 작아진다.) 이 땅에서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해. 사랑이 주는 약속에 대해서만. 기쁨에 대해서만.
니케포로스:사랑을 논하기에 좋은 장소는 아닌데. (그러거나 말거나 니케포로스의 말소리는 잦아드는 법이 없다.) 에이, 짜증나. 난 어린 너는 좀 덜 두루뭉술할 줄 알았어. 하지만 이제 알겠어. 넌 태어나자마자 "새가 우는 모습을 보아 제 생월을 알겠군요." 했을 거야. 시험을 내. 그럼 난 너에게 맞는 것을 골라 주지.
여자:(나직이 웃는다.) 나에 대해 무엇이 알고 싶기에 그래? (손을 놓고 낡은 계단을 하나씩 오른다. 가벼운 걸음으로 신전의 제단처럼 생긴 구조물 위에 걸터앉으면 두 발이 조금 뜬다.) 이 문은 하나의 질문을 해. “당신이 생각하기에 우리의 관계는 무엇이 문제일까?”
니케포로스:그건 아주 쉬운 문제지. 바로 너의 부재야. (내내 그 어리고 묘하게 동그란 얼굴을 보고 있다가 꼭 네 탓이라고 남 탓 잘하는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돌린다. 이미 손목에 걸려 있는 팔찌에 하나를 더할까? 화관을 얹어 줄까? 혼약하였으니 반지는 싫다고 아까 그랬지?)
여자:나는 아직 당신에게 없는 것이 당연한걸. (머리를 어깨 한쪽으로 기울인다.) 나는 아직 당신을 몰라.
니케포로스:너는 잠깐 내게 왔는데, 그 다음엔 앞으로도 없어. 쭉. 그것이 바로 문제라는 거야. (오도카니 서 있다가 계단을 완전히 올라서서 바람이 있나 없나 손가락을 들어보인다.)
여자:(한 손에 제 턱을 기대고 비스듬히 본다.) 어떻게 가는데? 싸웠어?
니케포로스:비밀이야. 왜냐면 그건 시간을 엿보는 거니까. (바람이 없자 손을 흔들어서 바람을 만든다. 없으면 만드는 것. 언제나.)
여자:너도 두루뭉술해. (입을 조금 삐죽인다.) 배를 타고 같이 도망쳤다가 아버지에게 도로 잡혀간걸까? 우리는 친구였겠지?
니케포로스:친구라고 불러도 되는지 잘 모르겠어. 난 친구라는 게 뭔지 잘 모르기도 하고. 남들이 날더러 친구라고 하면 난 그냥 그런가보다 하지. (다시 그 얼굴을 본다.)
여자:함께 영혼을 나누고, 어떤 이야기를 해도 무섭지 않으면 친구인거래. 그래서 나와 함께 베잣는 것을 배우는 자매들은 아무리 가까워도 친구라 부르면 안되는거야. 다들 나를 두려워해야하니까.
니케포로스:술잔, 칼날, 주먹, 꽃, 재물이라면 모를까 그렇게 영혼을 나눈다는 말이 난 그렇게 이해가 안 되더라고. 너는 상상이 가? 크레타의 공주와 여섯 다리 켄타우로스가 영혼을 나누는 것이 말이야. (잠시 생각하다가 녹색 히마티온을 벗어서 둘러준다.) 이것이 내 영혼이야. 나중에 나를 알게 되었을 때 돌려줘.
여자:이게 영혼이야? (알 수 없다는 얼굴로 빤히 보다가 둘러진 천 안으로 몸을 웅크린다.) 예쁘다. 내 눈 색이네. (코가 스친다.) 연기 냄새가 나.
(어깨 위에서 매듭지은 후 제단에서 훌쩍 뛰어내린다. 기둥 넘어 다음 문이 보이는 곳으로.) 역사에 남는 친구가 되려면 멍청한 일을 해야하는 것 같아. 우리는 역사에 남아?
니케포로스:(따라가며 공주의 등 뒤로 달랑이는 머리카락을 쳐다본다. 머리끈을 주어도 좋았을 것 같아.) 멍청한 일을 해서는 아닐 거야.
여자:흐응. (웃음같기도 하고 습관적인 추임새같기도 하다. 대리석 문에 손바닥을 대자 자연스러 열리고 그 뒤로 모래밭이 보인다.) 잘 가.
니케포로스:그거 잘 가지고 있어야 해. (공주의 얼굴을 만지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지 이마에 손을 대어보고 머리카락을 넘겨주고는 간다.) 빼앗기면 안 돼.
(문 바깥과 안이 다른 풍경을 기이해하지 않고 얼른 그 안으로 들어간다. 어린 아이, 열 다섯, 그럼 그 다음은 몇 살의 칼리크라테스가 있지? 아니면 몇 살의 아이스킬로스가 있지?)
환영:아무것도 없는 모래밭. 마치 사막 한가운데 홀로 버려진 것 같은 적막. 바람이 불 때마다 모래의 산은 바다가 되고, 산등성이가 패이면 거대한 그림자를 만든다. 모든 시간이 다 흐르고 먼지만 남는다면 이런 모습일까? 끝이 없을 것 같은, 광대한 죽음의 모양.
이곳에도 부서진 벽이 있다. 장식 없는 청동문은 이제 니케포로스가 고개만 숙여도 들어갈 수 있을만한 크기다. 그 옆에는 녹빛 히마티온을 두른 남자가 고개를 숙이고 시위에 줄을 걸고 있다.
니케포로스:(움직이지 않는다. 그가 니케포로스를 발견할 때까지. 불러세우지 않는다. 그가 니케포로스를 부를 때까지.)
남자:(줄을 거는 모양은 좀 서툴다. 제대로 묶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지 괜히 두 번 세 번 더 감아본 후에 퉁긴다. 모래밭이 발굽소리를 모두 먹으니 인기척을 알아채는데에 조금 시간이 걸린다. 올려보는 얼굴은, 기억하는 것보다 조금은 앳되다.)
니케포로스:(그를 향해 똑바로 걸어간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나를 아느냐고 묻고 싶었다. 얼마나 알았냐고도 묻고 싶었다. 나에게 무슨 시험을 내느냐고도 묻고 싶었고, 무엇을 갖고 싶으냐고도 묻고 싶었고. 시험을 치르는 자에게 질문이 그렇게나 많이 허용된다면. 여신이 눈감아줄 만한 선에서만 하지.)
남자:(활을 의자에 기대어 놓고 마주 걸어가까워진다.) 여주인께서 말씀하신 손님이시군요. (그리고 제 목소리에 스스로 설익음을 느끼는 듯 손으로 목젖이 있는 부분을 긁다가 손을 내려놓는다.) 물이 더 기꺼우신 분께는 썩 재미없는 풍경이지요? (마른 웃음이 한 번 스쳤다 자취를 감춘다.)
니케포로스:(그럼 물을 게 아무것도 없어. 눈을 두어 번 깜빡일 수 있는 아주 짧은 순간이 지나가고 나서 그로부터 얼굴을 아주 돌려버린다.) 그래. (눈을 감고는 그가 걸친 히마티온에서도 연기 냄새가 나려는지 조용히 숨을 들이킨다.)
남자:(얼굴을 유심히 살피는 시선이 머문다. 부러 숨지도, 숨기지도 않는 퍽 투명한 시선이다. 그리고 건조하나 습관적인 다정함.) 이전의 문과 같습니다. 두고 가야 할 것이 있고, 시험이 있지요.
니케포로스:(니케포로스가 사랑했던 것. 사랑하는 것. 그리워했던 것. 그리워하는 것. 그러나 갖지 못한 것.) 시험이 뭔지 먼저 알려줘. (니케포로스는 참을성이 없어서 다시 그에게로 돌아간다. 예전에는 그의 얼굴을 다시 보면 웃음이 나오겠다고 생각했다. 막상 마주 대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생각은 다 그래. 예상은 다 그런 거야. 하지만 그 반대로군. 아폴론의 시선이 닿지 않는 자리에 어둠이 있으므로 슬픔도 있다.)
남자:여주인께서는 피를 원합니다. 그러니 당신은 내 뺨을 쳐야해요. 입 안을 깨물어 피가 터질정도로. 피를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는 이미 뺨을 내어줄 준비가 되어있음을 선선히 보이듯 고개를 든다.)
니케포로스:내가 이행하지 못할 것 같아서 내는 시험인가?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그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어깨에 무게를 얹고 팔을 잡아 길을 이끌고 그의 적을 죽이는 손으로 뺨을 때려 피를 터뜨려야 한다니.) 하지 못하면?
남자:죽음의 의지를 인간이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포기한다면 그것으로 시험은 끝입니다. 당신은 왔던 길을 돌아갈 뿐이지요. 원망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니케포로스:무엇이 더 싫은지 재는 일은 항상 어려워. 결과는 감당하지. 진짜 어려운 건 이거야. 하나를 택하면 다른 하나는 영원히 잃어버려야 하거든. (손등으로 그의 뺨을 살짝 만지고 내려놓는다. 준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한번에 끝내지 않으면 다시 해야 해. 니케포로스는 이 자가 자신을 아는 아이스킬로스가 아니고 자신은 이 자를 모른다고 속으로 한 번쯤 되뇌었다. 그러고 나면 모르는 사람처럼 대할 수 있다. 맞아 넘어거나 머리가 너무 흔들리지 않게 다른 손으로 턱과 목을 되는대로 감싼다. 팍! 이명과 파열음은 한순간이다.)
남자:(일말의 두려움도 없는 것은 그의 힘을 일찍이 보지 못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소리가 나는 순간 꽤나 놀랐겠지. 신의 축복이 머문 곳은 갑주가 아니었으니까. 장정들 사이 치고 받는 것이야 예삿일임을 부던히 익힐 시간은 거친 참이니 맞는다는 것이야 낯선일은 아니겠지만서도 제법 놀란 얼굴을 하는 이유는 기실 후려치는 중에 부러 목을 짚는 자는 처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휙 고개가 돌아가고, 채찍으로 후려친양 뺨이 새빨갛게 부르튼다. 찢어진 입술과 압력이 치고간 코에서 흐르는 핏줄기가 질서없이 턱아래로 뚝뚝 흐른다. 무언가 말을 하려 입을 벌리는대로 핏줄기가 흥건히들어가자 곧 받친 손을 밀어내고 고인 것을 바닥에 뱉어낸 뒤 손등으로 훔친다. 그제야 바닥을 향해 허리를 숙이고 낮게 웃는다.)
니케포로스:(니케포로스는 피를 닦아내지 않는다. 그뿐이다. 감은 시야를 양단하는 고통을 외면한다. 눈을 뜨고 나서도 별 수는 없다. 눈앞에 피를 흘리는 아이스킬로스가 있다. 때려놓고 위로하는 꼴이란 우습기 그지없는 것이며 이 일은 피차 마찬가지다. 주먹 쓰는 사람답지 않게 양손을 있는대로 말아쥐어 손바닥 안쪽에 손톱날이 이빨처럼 파고들었다. 니케포로스는 말하지 않는다. 그가 입을 열 때까지.)
남자:(뚝뚝 떨어지는 족족 모래가 피를 먹는다. 닦아내느라 얼굴 한쪽이 붉은 채로 다음 문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별로 서글픈 광경은 아니지요. (물음보다는 부정에 가깝다.)
니케포로스:그럼 어떤데? (그의 그림자를 밟으며 따라간다.)
남자:징후일 뿐이지요. 그리고 재미있지 않습니까? 불과 수 년 전만 하여도 곱게 길러지고 가두어진 몸이 영웅의 이름을 얻어야 하는 것에 비하면.
니케포로스:아니. 재미없어. 하나도. (열여덟에서 조금도 자라지 않은 다소 무신경하고 많이 반항적인 정신이 뾰족하게 날을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굴 찌르지는 않겠지. 갈 곳 없이 날카롭기만 한 끝이 결국 스스로를 찌르며 부서져 사라진다. 이번에는 무엇을 줄지 정했어. 그가 니케포로스를 보지 못하는 사이 머리카락을 완전히 풀고 끈을 설레설레 흔든다.)
남자:(굳이 반박하지는 않는다. 청동문은 작은 열쇠로 열린다. 뒤에서 바다 소리가 들린다. 빛나는 머리털이 쏟아져 흐르는 것을 보다 제게 건네질 것을 짐작하고 다시금 마른 웃음을 터뜨린다.)
니케포로스:(손을 들어 그에게 내민다. 쉽게 가져가도록 펼쳐서.) 내 머리 묶어줘. 지금은 말고. 나중에. (오랫동안 묶여 있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머리카락이 조금 묻어 있다. 입바람을 불면 떨어지겠지.)
남자:그런 부탁이라면 기억해두겠습니다. (머리카락을 흩어낼 것도 없이 건네 받아 행낭에 넣어둔다.)
(무언가 덧붙이려는 듯한 사이. 문 너머에 시선을 두었다가 비켜선다.) 이제 멀어질 시간입니다.
니케포로스:(앞선 두 개의 문을 통과할 때마다 발이 느리다. 그러나 멈추지는 않는다.) 이따 봐.
(*마다->보다...)
환영:문을 열고 들어가자 짠내가 훅 끼칩니다. 당신이 걷는 해변을 끼고 옆에는 드넓은 바다. 멀리도 기어와 부서지는 포말이 맨발을 간지럽힙니다. 뒤에 깊은 숲을 낀 영원한 해변가. 해안선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계속 바다만 있을 것 같은 공간입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갈매기도, 바닷새도, 물고기도, 모래밭에서 기어다니는 개나 조개도 없습니다.
니케포로스:(사람이 없어. 그럼 간단해. 찾을 때까지 걷는 것이다. 홀로된 것은 익숙해.)
환영:살아 숨쉬는 것들이라고는 당신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역시 이 곳에도 무너져가는 벽과 거기에 달린 문이 있습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강철로 된 문에 잔뜩 조각되어 있습니다. 문 옆에는 망토를 두른 남자가 의자에 몸을 수그리고 앉아 있습니다.
니케포로스:(그는 니케포로스를 알까? 늦추지 않고 걷는다. 그가 니케포로스를 발견하지 않아도. 그리고 그를 부른다. 그가 니케포로스를 부르지 않아도.) 아이스킬로스.
왕:(머리에 얹힌 금빛 왕관이 무성한 금발 위로 테를 두르고 있다. 고개를 들면 목덜미 위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따라 빛이 움직인다.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고, 돌로 새긴듯한 표정에는 변화가 없다. 그는 당신이 기억하는 것보다 조금 더 나이들었고, 조금 더 빛나는 것들을 두르고 있으며 조금 더 비어있다.) 에우테르페의 선장. 먼 길을 왔군.
니케포로스:아니. 한 발자국조차 아닐지도 몰라.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의 얼굴은 낯설고, 그 앞에 선 자신은 더더욱 그렇다. 그는 누구일까? 왕을 만드는 것은 군사로 무도한 손을 막을 길은 없다. 허락없이 그의 턱을 만진다.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세게 잡아서.)
왕:마음에 드는가? (비뚜름한 웃음이 입가에 걸리면 마른 뼘에 엷은 주름이 패인다.) 그들은 나를 소년 왕이라 부른다네.
니케포로스: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어쩌게? (얼굴의 빗금 또한 이상한 것이다. 그제서야 소리내며 웃었다. 목이 저절로 그를 향해 숙인다.) 몇 년이나 더 소년 왕으로 남을 요량이지?
왕:(숨닿을 거리.) 내 왕좌 앞에서 그 비슷한 말을 한 자들은 화살보다 빨리 달릴 수 있기를 기도해야 했지. 그러나 오랜만에 찾아온 친우를 그리 돌려보낼 수는 없지 않겠나? (턱을 쥔 손목을 움켜쥐어 내린다.)
니케포로스:이번 시험은 무엇이지, 소년 왕? 화살보다 빨리 달리기는 제하여 주면 고맙겠어. 대신 화살보다 오래 달리기라면 자신 있지. (그러하다면 그에게로 머리카락이 먼저 쏟아진다. 에우테르페의 선장은 뭐가 거슬린다고 갈무리하는 성질머리는 아니었으므로.)
왕:(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뒤로 넘겨주는 것은 어느 사이 사이 반복되었던 행위임에도 기이한 괴리가 있다. 환영 속의 움직임을 반복하는 것 처럼.) 그 사이 눈이 더 깊어졌구나. (제게로 늘어진 머리칼을 손가락사이로 감아스친다.) 영원한 황혼의 땅에서 여왕은 네 머리카락을 원한다. 그리고 작은 질문의 답을 원하지.
니케포로스:칼이 있나? (이마에 이마가 닿는다. 그 이상으로 가까워지지는 않았다.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 이상으로 그가 살아 있음을 느끼면 안 될 것만 같아서. 이상하지. 누가 막는 것도 아닌데.) 질문도 얼른 해야지. 빨리 말 안 하면 궁금하잖아.
왕:(머리칼을 감아쥔 손가락에 가볍게 힘을 주자, 쥔 그만큼이 재가 되어 흩어진다.) 여왕이 원하는 것은 이름이다. 가장 큰 두려움의 이름. 나를 살려두었을 때 네가 가장 두려워할 것을 말하거라.
니케포로스:(사라지도록 내버려둔다. 얼마나 사라졌는지 만지거나 보지 않아도 괜찮다. 그는 필요를 아는 사람이므로.) 네가 이미 알아도 소리내어 말해야 해?
왕:(목덜미를 가볍게 감아쥐면 그만큼의 재가 흘렀다.) 내가 무엇을 알겠느냐? 뱃사람의 일은 바다에 속하거늘.
니케포로스:육지 사람인 척 하지 마. 너는 평생 내 배에 매여있어야 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라도... ... (이마를 떼고 일어난다.) 네가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을 떠나기를 택할 것. 난 다른 하나의 대답으로부터 도망쳐왔거든.
왕:(침묵하였다. 거리가 벌려질 때 까지). - 나는 살아돌아갔고, 크레타의 귀환한 왕자에게는 많은 혼담이 들어왔다. 그 중 칼리크라테스의 이름을 알 지 못할 만큼 먼 나라의 제의를 받아 늙은 왕이 죽기를 기다렸지. 지리한 싸움과 명예없는 살인들 끝에 나는 살아갈 자리를 만들었다.
(등을 돌려 문을 향해 걷는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도록) 그렇게 많은 목숨들을 쌓아만든 것을 간단히 버릴 것 같으냐?
니케포로스:버려도 돼. 네가 원한다면. (누군가의 뒤를 따라 걷는 일은 그에게는 익숙하지만은 않다. 니케포로스는 문을 넘기 위해서라기보다 왕의 그림자를 따라가기 위해 걸었다. 적당한 고요. 거슬리지 않는 간격 사이를 처음 들어선 돌아보지 않고서 견딜 수 없는 여섯 굽의 발소리가 채운다. 이 문은 니케포로스가 머리를 숙여야 할까? 아니면 새처럼 꼿꼿해도 부딪히지 않을 만큼 충분히 높을까?)
왕:(누구도 머리를 숙이지 않아도 될 크고 끔찍한 문앞에 멈춰선다. 타르타로스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몸들이 새겨진 청동문.) 자유의 현명함을 아는 자여, 나의 왕비에게 그 말을 해보거라. 나를 음해하려다 독이 든 잔을 마시고 니오베의 일곱딸을 잃은 자들 앞에서 그 말을 해보거라. 죽음을 쌓은 탑 위에서 인간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자는 용서를 구하는 대신 잊고 살아가게된다. 발치에 있는 것이 스틱스 강의 맹약이라하여도.
니케포로스:(문짝이 그를 두렵게 할 수는 없다. 니케포로스는 양각과 음각으로 새겨진 인간의 몸들을 하나씩 손가락 끝으로 만져보다가 유독 옛날에 알던 사람을 닮은 것만 같은 얼굴 부조에서 멈춘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목소리도. 어떻게 웃었는지도. 무슨 농담을 했는지도. 삶이란 죽음을 업고 걷는 것. 뒤늦게 니케포로스가 수없이 지나쳐오는 이 나이 없는 자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진다. 너는 이 땅에서 나 없는 시간을 보냈을까? 아니면 지하의 신이 나를 위해 빚은 인형일까?) 난 누가 그렇게 말하면 꼭 정말로 해보고 싶더라. (안쪽으로 걸어들어간다.)
환영:적막한 도시. 이 곳은 언젠가 두 사람이 걸어 횡단했던 도시를 연상시킨다. 폐허는 아니나 도시가 완전히 만들어진 채 시작되지 않은 것만 같다. 사람은 커녕 쥐새끼 한마리 지나간 흔적도 없다. 멀리 보이는 문은 이제 개선문처럼 커져있다. 금강석으로 만들어진 듯 시퍼렇게 빛난다.
전사:(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 남자가 머리에 투구를 쓰고 흰 말의 콧잔등을 쓸고 있다. 남자가 머리를 돌려 당신을 보자 푸른 망토아래 은빛 갑옷이 보인다. 눈 아래는 더 깊어지고 뺨은 여위었다. 눈에는 야비하다 해도 좋고 침울하다 해도 좋을 법한 감정이 새겨져있다. 그의 지위는 그것을 근엄함이라 할 수 있겠다.)
니케포로스:(이상해. 낯설고, 괜히 싫고, 나를 모르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이상해. 그러고보면 이 자의 어깨에는 진주 목걸이를 할 자리가 없구나. 앞선 문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가까워질 때까지 걸어간다.) 물어볼 게 하나 있어. 너는 내가 앞서 만난 이들과 아주 별다른 존재야? 아니면 소녀가 여자가 되고 여자가 남자가 되고 남자가 왕이 되고 왕이 네가 된 거야?
전사:모이라의 무수히 많은 실의 파편들을 스쳐 보는 것 뿐이다. 모이라이가 허락한 아이스킬로스의 시간은 이 모습에 닿기 전에 끝이 났지. 실이 잘리지 않았고 스스로 뭍에서 살아가기를 택하였다면 이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이 길이 아니라면 그의 실은 무수히 많은 순간마다 잘려나갔을테니.
니케포로스:그렇구나. (얼굴을 더 잘 보려고 투구를 벗긴다. 유령이 아니기에 그의 머리카락이 눌려 있다. 근엄을 해치지는 않을 정도로만.) 나에게 시험을 내면 선물을 하나 주지.
전사:(바람 없는 도시에서는 머리카락도 조각상처럼 멎어있다.) 네 앞에 서있는 것은 마흔에 들도록 수염하나 나지 않는 소년왕, 자리를 위협할 여지가 있다면 모두 대를 끊어 왕가의 가계도를 피로 물들인 남자, 페르시아 연안의 이교 신전들을 파괴한 침탈자. 견디다 못한 왕비가 결백을 주장하며 자진할때까지 외도를 추궁하고 왕비가 데려온 수십명의 시녀들을 모두 죽인 왕이다.
네게 그들이 하지 못한 단 하나의 행위를 허락하노라. 닻을 거는 올무처럼 내 목을 쥐거라. 죽을 지경으로 하여도 좋다. 그것이 시험이다.
니케포로스:(물수제비라도 던지듯이 멀리 투구를 내팽개친다. 영 동그랗지는 않아 소리를 몇 번 내지 않고 금방 멈췄고. 시간은 공간의 움직임으로 니케포로스는 아무리 오랫동안 침묵해도 거미줄에 걸린 날벌레처럼 이 시간에 달라붙어 움직이지 못할 것을 알았다. 솜털이 났을 뿐인 그의 턱선과 코밑을 만진다.) 난 돌아가기 위해 떠나온 적은 없어. 오로지 앞만이 있지. 어쩌다 돌아간다면 그 자리가 내 앞이었던 거고.
전사:(조상처럼 멎어있으나 맥이 뛴다, 피부가 닿는 자리에는 온기가 있다.) 네 앞에는 무엇이 있느냐.
니케포로스:너. (손을 약간 내린다. 가늘다. 그런 손 안에서는. 바라고 원했던 온기가 끔찍스러울 정도로 오랫동안 붙들고 있다가 단숨에 힘을 준다. 차라리 그가 니케포로스의 목을 조르겠다고 하면 기분이 더 나았을까? 그러나 니케포로스는 보기보다 아는 것이 많지. 가령 신에게서 무언가를 받아가기 위해서는 포기할 수 없는 것을 바쳐야 한다는 것.)
전사:(그리하여 제 목을 조르기를 택한 자를 무엇이라 부를까. 칼로 그은 빗금처럼 얇은 미소. 힘을 주는 순간 숨을 끊어 삼키는 신음소리가 난다. 분절되는 소리를 툭툭 흘리면서도 의식을 잃지 않으려 세운 힘줄들이 움찔거린다.)
(왕의 갑주를 입고도 창하나 쥐지 않은 자가, 제 절반의 생을 산 이의 손이 무장되지 않은 한 줌의 신체에 닿게 두었으니 정신나간 광경이라 할 만하다.)
니케포로스:(멈추어야 할 때를 그가 알려주리라고 믿는다. 그러니 멈추지 않는다. 니케포로스가 일찍이 본 적 없는 얼굴이 상상하지 못한 모양으로 일그러지는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눈조차 감지 않았다. 잔에 술을 채우는 시종처럼 유심히. 그리고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조용히. 만족할 때까지 멈추지 말고.)
전사:(그는 만족을 모른다. 그러니 아직까지 살아있지 않겠는가? 붉게 피가 모인 자리가 푸르게 되고 건조한 입술에서 핏기가 빠지며 악사의 시구를 너그러이 감상하는듯 가늘게 뜨인 눈이 붉어지기까지,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니케포로스:(손톱으로 피부를 긁어내도 발로 바닥을 차도 아니면 차라리 눈을 깜빡이기만 해도 뭐라는지 알아먹을 테니까 셋 중 아니면 비슷한 것 하나라도 해. 되뇌인다. 입 밖으로 내어 말하지는 않았다. 그가 니케포로스도 모르는 마음을 짚어 알려주었던 시절은 이 자에게는 너무도 아득하고 먼 옛날인데도.)
전사:(어느 순간 칼집난 술부대에서 누수되는 물줄기처럼 이어지던 간헐적인 숨소리가 멎는다. 입을 닫고 눈을 감는다. 죽음에 닿은 것은 아니나 그것으로 방점을 만든다.)
니케포로스:(쓰러지지 않도록 팔을 붙잡는다.) 안 돼. (무엇이든. 말하는 이 스스로조차 무엇을 금하려는지 알지 못하고 그렇게 말한다.)
전사:(그 순간 놓여난 목으로 깊이 숨을 들이쉰다. 움켜쥔 쪽으로 몸이 휘청인다. 바닥으로 꽤 길고 고통스러운 쿨럭거림이 이어진다. 소리가 멎는 사이 목이 메어서인지- 퍽 가늘어진 목소리) - 가거라. (어쩌면 이 목소리가 그의 본 목소리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니케포로스:그래. (니케포로스는 아마 평생 이름을 외우지 않을 여러 가지 꽃으로 장식한 화관을 그의 머리에 얹는다. 네게서 투구를 빼앗았으니 뭐라도 자리를 채워줘야지. 흰 머리카락을 화려하게 감싸는 노랗고 푸른 이 묘한 화관은 그의 머리에도 제법 어울린다. 혹시 그걸 벗어던질까봐 그러는지 씌워주자마자 돌아서서는 다음 문을 건너기 위해 이만 그를 두고 길을 나섰다.)
전사:(이곳에는 거울이 없다. 그러니 그의 모습을 볼 자는 떠나는 이 뿐이다. 그러니 그는 말위에 올라 그 자리에 서있다. 혹여 돌아본다면 그대로 볼 수 있도록.)
환영:이곳은 조용한 들판입니다. 드디어 살아있는 것이 있구나 싶었던 당신은 이 곳의 모든 식물은 종이로 되어 있어 사부작거리는 소리가 나고, 잘못하면 베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챕니다. 문은 이제 재료가 무엇인지 눈으로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커져있습니다. 문 한 짝의 크기가 신전 기둥만하네요. 한 번에 눈에 담기에도 매우 어려운 알 수 없는 재질로 된 문입니다.
문에는 다음과 같은 글씨가 새겨져있다.
알몸으로 와서 보자기에 감싸이고 수의에 싸여 어머니에게 돌아오니 몸에 걸친 모든 겉옷을 바치라
문 옆에 앉아있는 자는 이전의 사람들에 비해 퍽 여위었다. 그는 왕관도 갑옷도 입고 있지 않다.
은수자 :(인기척에 몸을 일으키나 시선에는 촛점이 없다. 걸어 가까워지는 대신 곧게 서있을 뿐이다.)
니케포로스:너는 무엇이 되었지? (일부러 그가 니케포로스를 보게 하려고 발을 굴러서 주의를 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지 않으면 가만히 둔다.)
은수자 :어느 시간에서 왕은 모략자에게 죽었으며, 전사는 자신의 피에 익사했으나 한 여인은 죽음을 피해 도망쳤다. 살아있으되 살아있는 어떤 이도 그의 이름을 부르지 못한다.
어느 운명에서는 어떤 이들이 나를 포로로 잡았고, 그들은 나의 갑옷과 투구를 벗겨내어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하였다. 그들은 그 사실을 알릴 준비를 하고 있겠지.
니케포로스:충분히 일찍? 아니면 너무 빨리 일찍?
은수자 :네게는 만월이었단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니?
니케포로스:모르겠어. (실토에 가깝다.) 얼만큼이 내게 충분한지. 모이라이가 알고 있겠지.
은수자 :모이라이는 시작과 끝을 만들 뿐 그 길을 걷는 자의 희비는 알 지 못해. 너는 네 창이 겨눈 모든 이들의 소망을 기억하느냐?
이제 마지막 문이 남았다.
저 문을 지날 수 있는 것은 네 몸에 속한 것들 뿐이다. 모두 두고 가렴.
니케포로스:그래. 나를 알아주는 건 나 뿐이겠지. (은수자의 두 손을 다 들어 양 팔에 팔찌와 반지를 끼운다. 팔찌는 들어가기보다 나가기가 어려워서 용쓰느라 그것에 품이 더 든다. 새 주인을 찾아갈 때에는 구슬처럼 부드럽다. 이 팔은 니케포로스가 보기에는 형편없이 말라서 양손을 내려놓으면서는 나름대로 조심해야만 했다.) 저 문을 지나면 무엇이 있어?
은수자 :(몸에 닿는 장신구들을 어루만진다. 손이 놓여나기 전에 끝을 잠깐 얽는 사이가 있었다. 바늘귀를 지나는 실의 당김처럼 아주 짧은 사이.) 여로의 마지막.
(몸에 두른 잿빛 망토에서 은으로 된 칼을 꺼내어 건낸다.) 마지막 시험이다. 응답없는 지하의 여인이 원하는 것은 심장의 피. 그러나 내 손으로 낼 수가 없구나.
한 번으로 끝을 보아도 된다. 다만 죽음이 땅을 적시도록 해야 한다.
니케포로스:(칼을 들어 날을 만지면서도 처음 보는 꽃을 가리켜 이름을 묻는 아이처럼 묻는다. 예리한 날에 손가락이 살짝 베어 피가 살며시 배어나온다. 주먹을 살짝 쥐어서 방울이 땅에 조금 떨어지도록 했다.) 나의 피를 내나?
은수자 :나의 피여야 한다. 너는 길을 마저 걸어야 하지 않니.
빈 집의 벽을 부순다 하여 너를 원망할 이는 없다.
니케포로스:그렇다고 누가 그래? (칼은 충분히 긴가? 니케포로스가 들고 있어도 단검으로 보이지는 않을 만큼?)
환영:그것은 단검이다. 그러나 깊이 찌른다면 심장에 충분히 닿을 것이다.
니케포로스:난 네가 싫어. (찌를 것처럼 높이 칼을 쳐들어놓고서도 한참 들고만 있었다.) 난 네가... (움직이지 않는 사람은 베어내기 쉬운가를 따지자면 허수아비만도 못하다. 갈비 사이로 칼이 엷은 바람과 함께 짓쳐들어간다. 피를 먹어치우지 않고 그대로 뱉어내는 날이 핏물 사이로 빠져나가면서 피가 걷잡을 수 없이 흘렀다. 몸을 버리고 솟구치려는 영혼처럼. 뺨을 때리고 목을 조르면서도 도저히 쓰러지게 둘 수 없었던 그를 이번엔 붙잡지 못한다. 그러나 칼은 자리를 지켰다. 어차피 두고 가야 할 것을.)
환영:그는 아마 웃었다. 그는 아마 신음했다. 그는 아마 고통스러웠다. 단번에 심장을 멈춘 칼이 들어오는 순간 말간 눈이 커졌다. 하늘을 가르는 독수리를 계시처럼 처음으로 본 날 처럼. 쿨럭이는 듯한 소리는 분절되어 웃음소리에 차라리 가깝다. 폐가 피에 잠겨가고 차가워져가는 말단에 응답하려 심장은 더 가열차게 피를 흘린다. 몸이 굳기까지는 한참이기에 무거운 천처럼, 기울어진 기둥에 걸린 실잃은 돛처럼- 내려앉는다. 은자의 이마가 산자의 가슴을 누른다.
문이 열린다.
문 넘어에서 밝은 빛이 쏟아져들어온다.
니케포로스:(오로지 빛만이 니케포로스의 것이다. 칼을 떨어뜨리고 몸을 바닥에 뉘인다. 그는 빛 속에서 울 수 없는 축복과 형벌을 받았으므로 그것이 다였다. 빛 안으로 들어간다. 아니면 빛 바깥으로 나가든가.)
환영:이곳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말 그대로 흰 도화지같은 상태로, 첫번째 구역에 있던 어둠마저 없는 완전한 무(無)의 상태입니다. 빛이 드는 것이 아니기에 그림자조차 존재하지 않습니다. 문이나 벽도 보이지 않습니다. 저 너머에 땅부터 하늘 끝까지 뻗어있는 문틈, 으로 보이는 가느다란 선이 하나 있을 뿐입니다.
문틈 옆에 새겨진 글씨는 다음과 같습니다.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은 무無로 돌아간다. 그러니 경배하라, 강대한 에레쉬키갈라!
죽은 자:그 옆에 서있는 남자는 당신이 제단에 불을 붙이기 전 기억하는 그 모습대로이다. 누워있지 않을 뿐.
니케포로스:(목소리가 겨우 들릴 거리에서 딱 들릴까 말까 할 만큼의 높이로 말한다.) 많이 아파?
죽은 자:(그는 이백 규빗 밖의 소리도 제 귀 옆에서 속삭이듯 눈치 챌 수 있기에 움직이지 않아도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걸어 가까워지는 것은 그가 당신을 알기 때문이리라.) 처음으로 묻는 질문으로는 조금 우습네요, 선장님.
니케포로스:그럼 뭐라고 물어봐야 하는데? (점점 가까워진다. 그러면서 빨라진다. 노란 두 눈을 아른거리는 빛이 한순간 억누르듯이 강해졌다가도 순수한 기쁨으로 빛났다. 든 것 없는 손이 부드럽게 펼쳐진다. 죽은 자의 피를 닦아내자 그것만이 유일한 소유가 된다.)
죽은 자:(그 기쁨을 비춰내듯 은은한 웃음 느리게 묻어난다.) 잘 모르겠습니다. 죽음에서 그리 긴 시간이 지난 것 같지는 않았는데.. (얼굴에 시선이 머무는 시간이 길다.) 많이 자라셨습니다.
니케포로스:키는 조금밖에 안 컸는데 그동안 나이를 먹었어. 이젠 스물 셋이지. (그를 만나면 할 말이 많겠다고 생각했다. 물을 것도. 부탁할 것도. 바라는 것도. 글쎄.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를 앞에 두면 언제나 그러했듯이.)
죽은 자:언제나 한 뼘 만큼의 시간은 간극으로 두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때도 옵니다. (가까운 손을 제 두 손으로 담았다.) 분명 이름을 날리고 계셨겠지요.
니케포로스:그럼. 나는 수많은 친구를 잃었지. 그보다도 많은 적을 죽였고. 나를 죽이지 못한 자들은 방심의 대가를, 나를 죽이지 않은 자들은 게으름의 대가를 치렀어. 나는 무익한 괴물이면서 골치 아픈 무기이기도 했어. 나를 설명하는 말은 많았고, 내 귀에 닿는 말은 그보다는 훨씬 적었지. (잡힌 손을 괜히 움직이다가 아프지 않을 만큼만 힘을 주어 잡는다. 그 다음엔 다시 힘을 푼다.)
죽은 자:(잡으면 잡히는 대로, 풀면 푸는 대로 걸쳐둔다.) 저를 데리러 오셨다고 하셨지요.
니케포로스:싫으면 안 가도 돼. (이 모든 문을 지나쳐 왔음에도 불구하고.)
죽은 자:살아생전 제 목에 칼을 댄 자가 살고 싶으냐 물으면 언제나 살고 싶다 답하였습니다. 그것이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는 명령이었으니까요.
그 다음에는 그런 치들이 입을 열기 전에 먼저 죽일 만큼 빨라졌습니다. 제게는 살아가겠느냐는 질문보다 죽이겠느냐는 질문이 더 가깝지요.
죽는 순간에 아주 많은 것들을 저주했습니다. 돌아간다면 저는 더 많은 피를 부를것입니다.
니케포로스:그딴 건 상관없어. (그가 니케포로스를 향해 걸어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간다. 금이 간 구슬 안에 있는 것처럼 드높고 까마득한 검은 금으로.)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해. 돌이키지 못할 거야. 못하게 할 거야. 하지만 내가 원하지 않는 대답일 때 돌이킬 기회를 안 주겠다고 감히 장담하지는 않을래. (마침내 그 앞에 섰을 때에는.) 내가 앞서 만난 너들이 어땠는지 혹시 알아?
죽은 자:나는 나의 죽음만을 압니다. (뺨을 손으로 감싼다.) 나는 언제나 놓여나기를 원하였고, 그것을 얻었습니다. 그것이 제 죽음을 바란 이들의 승리가 되었지요, 승리의 이름은 당신임에도.
그리고... 나는 불멸할 이름을 원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선장님? 내 이름은 기억됩니까? (웃음을 담는 사이 목이 울컥 매인다.) 아이스킬로스의 이름은 널리 칭송받습니까? 이 곳은 어떤 목소리도 응답하지 않습니다. 영원한 이야기의 공백이지요.
니케포로스:네 이름은 기억되어 노래로 남았지. 나는 어딜 가나 네 이야기를 하고,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그래. 너는 사라지고 나서도 너무나도 오랫동안 내 곁에 있었거든. (처음으로 그의 눈물을 닦아보려고 손가락을 눈가에 댄다.) 나는 네가 겪지 못한 너를 만났어. 한 여자는 칼리크라테스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어느 늙은 왕의 사위가 되었지. 늙은 왕이 죽고 새롭게 즉위한 소년 왕은 하나의 목숨을 위해 수천 명을 살라먹었어. 그러나 무소불위의 권력은 신의 한숨을 이기지 못했기에 여러 개의 손이 왕을 끌어내릴 때 이들을 베어낼 뱃사람은 이미 죽어 사라져 있었어. 네가 만약 나를 따라 돌아간다면 이와는 다르게 살 수도 있겠지. 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하지만 난 아마 너보다 일찍 죽을거야. 몸을 사려 집 밖으로 나서지 않아도. 죽음을 피해 태양의 반대편으로 아무리 달려도. 그 전에 너와 내가 다른 길을 걸을 수도 있어. 네가 나를 끔찍스러워하고 싫어할 수도 있어. 아니면 내가 그럴 수도 있어. 아니면 이럴 수도 있지. 그냥... 너와 내가 나가서... (입을 잠시 다문다.) 나가서... (눈을 잠시 감는다.)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내일을 살 수도 있어.
난 그냥 네가 다시 보고 싶었어. 그게 다야.
그러니까 딱 한 마디만 해.
죽은 자:당신에게 건 맹세를 이어 지킬 수 있게 해주십시오. (눈가를 짚은 손을 쥐어 끝에 입을 맞춘다.) 그리하면 이 이름의 악명을 보게 되리니.
니케포로스:네가 어디 가서 엎지른 물을 주워담는 법을 배워와도 이건 못 물려. (그리고 금 안쪽을 들여다본다. 일곱 개의 문, 일곱 개의 대가, 여섯 번의 허락. 뒤를 돌아보지 말라거나 하는 조건은 없겠지?)
죽은 자:저를 데리고 가시고자 한다면 마지막 대가를 치르셔야합니다.
산 자의 몸으로 죽은 자들의 땅을 걸어들어올 만큼의 제물은 바치셨으나, 저승의 소유를 데리고 나갈 만큼을 위해서는 한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본래라면 목숨에는 목숨을 달라 하였겠으나, 선장님께서는 돌아나가셔야 하기에 목숨처럼 아끼시는 단 하나를 두고 가야 합니다.
니케포로스:목숨을 아끼지 않는 자에게 목숨처럼 아끼는 것이 어디에 있지? (짧게 투덜거린다.) 하지만 목숨처럼 귀한 것이라면 있어. (눈을 감는다. 그의 눈앞은 희다. 니케포로스의 어둠은 이러한 색이다.) 내 어머니의 아버지가 선물한 한 점의 광명을 지하의 여주인에게 바칩니다. 나는 나에게 드리운 어둠을 스스로 감당하겠습니다. 무엇도 아닌 빛이나 제가 물려받은 단 하나의 재산이지요.
환영:그 말과 함께 감은 눈에서의 광명이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
니케포로스:(흐르는 눈물을 닦는다.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환영:그것이 어떤 빛이었는지, 니케포로스의 옆에 있는 자는 알 지 못한다.
니케포로스:이것으로 너는 이제부터 내 길을 밝히는 태양이 되어야 해. 내 눈이 되어야 해. 나를 앞서 걸어가야 해.
죽은 자:(다만 눈물을 볼 수 있는 밝은 눈이 있고, 그것의 시작을 알아들을 귀가 있다. 뺨을 닦는 대신 제게로 가까이 끌어 얼굴을 겹친다. 엇비슷한 얼굴의 옆면이 맞닿는다.)
당신의 가장 큰 빛을 살라 나의 길을 잇기로 하셨으니 나의 길이 당신의 길이며, 당신의 길이 곧 나의 길입니다.
환영:문이 열리고 완벽한 어둠이 아가리를 벌린다.
처음으로 들어왔던 검은 허공과 같은 귀로를 나란히 걷습니다.
니케포로스:(돌아본다고 갑자기 그를 데려갈 수도 있으니까 결코 돌아보지 않고 걷는다. 그동안 니케포로스는 갑자기 머리카락이 잘린 것이 슬퍼서, 그를 데려간다는 사실에 반신반의해서, 그를 때리고 목 조르고 찌른 것이 슬퍼서, 또 여러 가지 하룻밤 새에 겪은 일로 울었다. 그러나 너무 길지는 않았다. 스물셋이나 먹은 품위가 있으니까.)
죽은 자:이것은 오르페우스의 노래가 아니니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손을 쥐고 걸음 따른다. 때로는 이끈다. 빛 한점 없어 방향도 보이지 않는다.)
니케포로스:만약이라는 게 있잖아. (그대로 따라간다. 묻지도 않고.)
죽은 자:저는 이전과 같은 삶을 살 지 않을 것입니다. 지상에서 눈을 뜨는 순간부터 당신에게 잔인한 바람을 말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십니까?
니케포로스:(그러자 당연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다.) 아니, 그럼 후회할거야. 그래도 넌 가야 해.
죽은 자:(뺨을 만지는 손길이 머문다.) 눈을 뜨면 당신은 돌려받았을 것입니다.
환영:그리고 당신은 눈을 감았던 선실 안에서 눈을 뜹니다. 자욱한 연기 너머로 인영이 보인 듯 합니다. 연기를 흩어내지 않아도 당신은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것으로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어떻게
모리 (GM):와아아아아 어떻게든 화요일에 끝냈군요
후다닥 링크까고잇어요
이 시나리오가 키퍼는 평온한데 pc잡는 사람이 머리에 불나는 시나리오이죠
니케포
왜이렇게질문이없지
아무것도 안묻고
그냥 지나왓군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자식은의문이없다
모리 (GM):그냥 잡아와서 물으면 된다 넌 일단 내가 망태기에 넣는다 척척척 <
아.킬.은 노인까지 살아있을 확률이 너무 낮은 인물이라
경우의 수를 추리다보니 노인이 되어갈수록 산송장느낌되어가는
아놔
아놔
바쳐야 하는 물건도 정해져잇엇군
신발을안신엇는디
머리긁음
모리 (GM):그래서 그 부분은 다 치웠습니다
모리 (GM):원래 신발도 안신고 옷도 안입으니 머..
제가:나신으로 선다는 충격(?) 이런게 없는편
찌르는것도너무힘들엇다
모리 (GM):아킬은 생환해서 크레타에서 정략결혼시켰을때 if로
채팅로그 다시 읽으면 길지는 않은데 무척오래걸렷네요
모리 (GM):목조르는 장면 나오는 시점의 아킬은 .. 아킬 불질러죽이고 싶어하는 사람 한 오백명쯤 있을듯
제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주야
아니
공주가 아닌데
소년왕아(싫어하는별명)
네 앞에 서있는 것은 마흔에 들도록 수염하나 나지 않는 소년왕, 자리를 위협할 여지가 있다면 모두 대를 끊어 왕가의 가계도를 피로 물들인 남자, 페르시아 연안의 이교 신전들을 파괴한 침탈자. 견디다 못한 왕비가 결백을 주장하며 자진할때까지 외도를 추궁하고 왕비가 데려온 수십명의 시녀들을 모두 죽인 왕이다.....네 앞에 서있는 것은 마흔에 들도록 수염하나 나지 않는 소년왕, 자리를 위협할 여지가 있다면 모두 대를 끊어 왕가의 가계도를 피로 물들인 남자, 페르시아 연안의 이교 신전들을 파괴한 침탈자. 견디다 못한 왕비가 결백을 주장하며 자진할때까지 외도를 추궁하고 왕비가 데려온 수십명의 시녀들을 모두 죽인 왕이다....네 앞에 서있는 것은 마흔에 들도록 수염하나 나지 않는 소년왕, 자리를 위협할 여지가 있다면 모두 대를 끊어 왕가의 가계도를 피로 물들인 남자, 페르시아 연안의 이교 신전들을 파괴한 침탈자. 견디다 못한 왕비가 결백을 주장하며 자진할때까지 외도를 추궁하고 왕비가 데려온 수십명의 시녀들을 모두 죽인 왕이다.....네 앞에 서있는 것은 마흔에 들도록 수염하나 나지 않는 소년왕, 자리를 위협할 여지가 있다면 모두 대를 끊어 왕가의 가계도를 피로 물들인 남자, 페르시아 연안의 이교 신전들을 파괴한 침탈자. 견디다 못한 왕비가 결백을 주장하며 자진할때까지 외도를 추궁하고 왕비가 데려온 수십명의 시녀들을 모두 죽인 왕이다.....네 앞에 서있는 것은 마흔에 들도록 수염하나 나지 않는 소년왕, 자리를 위협할 여지가 있다면 모두 대를 끊어 왕가의 가계도를 피로 물들인 남자, 페르시아 연안의 이교 신전들을 파괴한 침탈자. 견디다 못한 왕비가 결백을 주장하며 자진할때까지 외도를 추궁하고 왕비가 데려온 수십명의 시녀들을 모두 죽인 왕이다..........
모리 (GM):소년왕이라는 이름이 붙는 것은... 그 당시 남자들은 수염이 권위의 상징인데
저런
미안해 니케야..
모리 (GM):아무튼 수염이 권위의 상징인데 수염이 안나서
소년왕.
존나갑자기
모리 (GM):이게 알렉산더 대왕의 별명이기도 했다네요
-네 앞에는 무엇이 있느냐
모리 (GM):물론 수염만 안날 뿐이고 나이먹을수록 잔인하고 교활해져서 사랑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 (군인들빼고)
를 좋아함
군인들은 오ㅙ 좋아하죠??봉급을잘주나
모리 (GM):목숨붙여 살려보내주고 몸소 출전하는제 잘싸우고 전략잘세우니까 (현장체질
그래서 말년에 가까워질수록 전쟁터 붙박이
그렇게 살다가 창맞아 죽는 엔딩..
ye
저 잠시 당호아중
나 읽어야한다고
내놔
모리 (GM):그럼 시간이 늦었으니 선생님을 놓아드리겠습니다
몇 일간 고생 많으셨어요~~~
꺼진모닥불앞에서혼자울고잇어요
놔봐..이거아직안끝낫다고..(끝낫음...)
저 이거 채팅로그따도될까요?? 근데 지금은 채팅로그가안보임 히발..내놔....
아노대
아노대
안돼 저 잠시 트친붙잡고물어볼게요저희만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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